당신의 전투력은 얼마입니까?
직장인에게 체력이란 무엇일까. 제목에서 살벌하게 ‘전투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개인적으로 체력은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닌가 한다. 사회생활을 위한 사교성도, 업무 능률을 높이기 위한 집중력도 결국은 다 체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풀칠을 지난해부터 읽은 풀칠러라면 언제부턴가 마감도비의 캐리커처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것이다.(일러스트 담당 야망백수님의 예리한 관찰!)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지난해 이직을 하고 나서부터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업무량이 많아졌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도무지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얼추 적응이 끝난 뒤에도 일과 운동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여러 차례 번아웃도 겪었다.(구구절절한 사연은 풀칠 16호 ‘'건강'이라는,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진 맙시다’와 36호 ‘나를 버리지 말아요’에 담겨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모든 실내 체육시설이 문을 닫거나 운영 시간이 제한되면서 짬을 내 운동을 하는 것마저 어려워졌다. 처음에는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조급한 마음이 들었지만 차츰 몸은 활동 감소에 적응해갔다.
체력을 다시 길러야겠다고 절감한 건 볼록해진 배와 함께 양껏 나빠진 안색 때문이었다. 주위에서 왜소해졌다는 말을 자주 들었고 가끔 본가에 내려갔을 때 어머니는 무척 안타까워하시며 “마감도비야, 니 얼굴이 왜 이래 상했노?”와 같은 말씀을 하시며 고봉밥을 떠주셨다.(어머니, 제 얼굴은 날 때부터 상했습니다..)
게다가 외근을 다니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안 너무 숨가빠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내 상태가 예전과 같지 않음을 더욱 통감하게 됐다.
이러한 연유로. 최근에는 달리기를 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 달리기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야근과 회식 등을 제외하면 사실 실제로 달리는 횟수는 일주일에 많아야 3번 정도지만 말이다.
계기는 김상민 작가의 ‘아무튼, 달리기’라는 책을 읽으면서다. 원래부터 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하긴 했지만 이 책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직장인의 달리기, 라는 주제에 격한 동기부여가 됐고 서문을 읽은 그날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그날의 러닝에서 버거움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시작한 달리기는 여전히 좌충우돌이다. 그래도 뿌듯한 점이 있따면 처음에는 3km도 허덕이던 내가 5km와 7km를 넘어 최근에는 10km 달리기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건 컨디션이 좋은 주말에나 가능하지만. 하루는 야근을 마치고 무리하게 심야 달리기에 나섰다가 평소의 절반도 달리지 못한 채 아픈 배를 붙잡고 주저앉아야 했다.
그래도 확실히 달리기를 하면서 체력이 나아졌다는 걸 느낀다. 야근을 더 멀쩡한 컨디션에서 하게 됐고(야근을 줄일 수 없느냐고? 어림도 없지!) 일과 중에도 몸이 조금 더 가볍다.
얼마 전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일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 친구(=파주님)은 이런 말을 했다.
“일을 쉬는 동안 운동하면서 체력을 기르려고 했는데 결국 이직할 때까지 하지 못 했어.”
그때 이 글의 첫 문장과 동일한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체력이란 무엇인가. 아니, 직장인에게 체력이란 무엇인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나는 이렇게 말했던 거 같다. “결국 체력은 일하면서 기르는 거 같아”라고.
그렇다. 출근길에 잔뜩 충혈된 눈을 부릅떠야 하고 오후에는 커피 수혈이 필요하고 늦은 밤 퇴근길에서 지하철 안에서 혼곤히 잠드는 우리. 우리의 한계이자 전투력인 체력은 결국 매일매일 일상에 부딪히며 기를 수밖에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Credit
글 | 마감도비
그림 | 미드저니로 제작
발행일 | 2021년 6월 2일
*이 에세이는 풀칠레터 44호 : 당신의 전투력은 얼마입니까?에 실린 글을 일부 수정해 재업로드 한 글입니다.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다른 필진의 코멘트도 같이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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